조지형 칼럼 :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공정과 정의를 말하다

작성자: 충남공주조지형님    작성일시: 작성일2021-08-04 14:42:36    조회: 968회    댓글: 0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공정'과 '정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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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사일보=조지형 논설위원] 익히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열심히 노력하자, 게으르면 안 된다정도로 배웠고 또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이 우화의 숨은 교훈은 토끼가 방심하지 않는 한 거북이는 토끼를 결코 이길 수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번 정권과 다음 대선 후보들에게서 지속적으로 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여기에 능력주의 담론과 더불어 센델 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소위 말해 대한민국 사회에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공정한 시합은 무엇이었을까? 토끼가 거북이 보다 뒤에서 출발해야 할까 아니면 거북이가 토끼보다 앞에서 출발해야 할까(두 가지가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전자가 대형마트 휴일 의무제라면 후자는 농어촌 특별전형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핵심은 왜 둘이 달리기시합을 했느냐에 있다. 토끼와 거북이는 선천적으로 다른 환경에 처해있다. 토끼가 거북이보다 유리했던 이유는 그 둘이 달리기시합을 했다는 것에 있다. 만일 헤엄치기시합이었다면 낮잠을 자는 것은 토끼가 아닌 거북이였을 것이다. 핵심은 모두가 달리기 시합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에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구성원들이 그 사회의 규칙을 협의한다는 것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 민주주의의 도입 단계를 넘어 공고화 단계의 문턱에 있다. 이제는 이 사회의 새로운 규칙들에 대해 구성원들이 다시 논의할 시간이 왔으며,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시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롤스는 정의론에서 매우 매력적인 주장을 했다. 내가 어떤 계층에 속하게 될지 모르는 무지의 베일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계층에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회적 협의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개인의 이기적인 동기가 사회의 공공성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대 사회는 매우 빠르고 복잡하다. 그렇기에 우리 대부분은 당장 십 년 뒤에 나와 가족들이 어떤 계층에 속하게 될지 단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충분히 공정한 사회 규칙들과 시합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이 아닌 소수 기득권에 있다. 이들은 어느 정도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이 사회의 규칙을 좌지우지하며 계층의 안정성을 도모한다. 나아가 이들은 국민에게 그 규칙을 강요하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는 그 규칙을 우회하고 있다. 그런 이중적인 태도가 아이러니하게 대한민국의 공정성 담론의 강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들을 바꾸지 않는 한 시합도 규칙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이제 파이를 몇 조각으로 잘라서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파이를 자르는 자가 가장 마지막에 파이를 선택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금 더 다양한 시합, 즉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인정하고 보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무는 시민 권력의 몫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이 끝없는 달리기 시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시민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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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충남공주조지형님    작성일시: 작성일2021-08-04 14:42:36    조회: 968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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